대체 사람은 왜 아픈걸까? 이 근원적인 질문을 저 자신에게 던진 지도 벌써 40년이라는 세월이 훌쩍 넘었습니다. 환자분들께 평소 드리는 이야기들을 차곡차곡 기록도 해 두고, 저의 생각이나 진료 철학을 정리해 보고자 하는 마음으로 다시 블로그를 시작하며 첫 화두를 던져봅니다.
이 글의 요점
- 어린 시절 매년 봄마다 앓아누웠던 경험이 한의사가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 공학적 관점에서 한의학의 추상적인 개념들을 현대 과학적 기전으로 재해석하여 치료에 적용합니다.
- 2009년부터 대구 다사 대실역 인근에서 17년째 환자분들의 병인(病因)을 연구하며 진료하고 있습니다.
01어린 시절의 고통, '왜 나만 봄마다 아파야 했을까?'라는 존재론적 고민
저는 어린 시절, 정확히는 국민학교 6년 내내 봄기운이 완연해질 무렵이면 어김없이 한 달 가량을 시름시름 앓아누워 지내야만 했습니다. 새 학기가 시작되는 설레는 봄은 누군가에게는 희망의 계절이었겠지만, 저에게는 고통의 계절이었죠. 매년 봄기운이 땅에서 올라온다 싶으면 몸이 먼저 반응하여 앓기 시작했고, 부모님께서 지어오신 한약을 한 달 내내 달여 먹는 것이 제 국민학교 시절의 피할 수 없는 연례행사였습니다.
당연히 학업에도 지장이 컸습니다. 매년 한 학기 초반인 한 달을 고스란히 병석에서 날려버리다 보니, 한참을 아픈 뒤에야 학교에 갈 수 있었죠.
아시죠? 그 나이대 아이들은 매년 새 학기 초반에 끼리끼리 뭉치며 친구를 사귀는데, 뒤늦게 학교에 나가 그 무리에 끼어 놀기가 참 어려웠던 기억이 납니다.
한 해도 빠지지 않고 6년을 꼬박 지긋지긋하게 앓다 보니, 어린 마음에도 '대체 이 병의 원인이 뭘까' 알아보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들더군요. '다른 친구들은 잘만 노는데 왜 나는 아파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당시 저에게 꽤나 심각한 존재론적 고민이었습니다.
02한의학을 향한 동경과 공대로의 우회, 그리고 다시 찾은 길
그때의 고민이 씨앗이 되어 한의학을 마음에 품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 후로 동의보감도 읽어 보고, 소설이나 드라마 할 것 없이 한의학에 관련된 것이라면 무엇이든 챙겨보면서 제가 아팠던 이유들을 나름대로 짐작해보곤 했습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당시 제가 앓았던 증상은 한의학에서 말하는 '온병(溫病)' 중 하나였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다행히 중학교에 진학한 이후로는 봄에도 멀쩡해졌는데, 아마도 국민학교와 온병을 동시에 졸업했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대학 진학 시기에는 현실적인 고민이 앞섰습니다. 의대와 한의대, 공대를 두고 고민했지만 의대는 긴 수련 기간과 피를 봐야 한다는 점이 내키지 않았고, 한의대는 학비나 생활비 부담이 컸습니다.
누나 한 명과 여동생 셋이 있는 장남으로서 제 욕심만 차릴 순 없었죠. 결국 전액 장학금을 주는 공대에 수석 입학하여 학비 걱정 없이 공부를 마쳤습니다.
그러나 졸업 무렵 터진 IMF 외환위기는 제 인생의 경로를 다시 바꾸어 놓았습니다.
032002년의 재도전, 대구 다사 대실역에 뿌리를 내리기까지
산업기능요원으로 3년간 복무하며 군 문제를 해결하던 중, 먼저 한의대에 진학했던 친구들이 벌써 부원장으로 활동하는 모습을 보며 잊고 있었던 꿈이 다시 꿈틀거렸습니다. 결국 남들 다 월드컵으로 열광하며 놀았던 2002년, 저는 다시 수능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의대와 대구한의대에 동시 합격했고, 나이와 적성을 고려하여 망설임 없이 대구한의대를 선택했습니다.

졸업과 동시에 이곳 대구 다사 대실역 인근에 개원을 하게 되었고, 어느덧 17년째 같은 자리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며 지역 주민들의 건강을 돌보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한의대에 갔다면 벌써 23년 차 한의사가 되었겠지만, 저는 공대에서 보낸 시간들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그 경험이 저만의 독특한 진료 스타일을 만드는 밑거름이 되었으니까요.
04공학적 관점으로 재해석한 한의학, 추상을 논리로 바꾸다
처음 한의학 공부를 시작했을 때는 공대생 특유의 사고방식 때문에 후회도 많았습니다. 수치와 데이터로 명확히 떨어지는 공학의 세계와 달리, 한의학의 '기(氣)', '혈(血)', '경락' 같은 개념들은 너무나 추상적이고 막막하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이게 진짜 치료가 되나?'라는 자조 섞인 의문이 들 때도 있었죠. 하지만 저는 공학도의 관점을 버리는 대신, 이를 활용해 한의학을 파고들었습니다.
근육학, 신경학, 약리학 등을 병행하며 한의학적 원리를 현대 과학의 언어로 번역하기 시작하자 놀라운 깨우침들이 찾아왔습니다. 예를 들어, 단순히 '인삼이 기를 보한다'고 외우는 대신, 인삼의 사포닌과 진세노사이드 성분이 세포 내 미토콘드리아 관련 효소들을 활성화시켜 근력을 강화하고 피로 회복을 촉진한다는 기전으로 이해하는 식입니다.
이렇게 원리를 이해하니 약재를 쓰는 이유와 침을 놓는 자리가 명확해졌고, 환자분들께 증상의 원인을 설명해 드리기도 훨씬 수월해졌습니다. 원리가 이해되니 치료 결과 또한 긍정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05정리 — 병의 원인을 찾는 여정은 계속됩니다
'대체 사람은 왜 아픈걸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시작된 저의 여정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입니다. 매일 진료실에서 마주하는 환자분들과 함께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저에게는 큰 보람입니다. 다만, 모든 진단과 처방은 환자 개개인의 체질과 병의 원인에 따라 달라지므로 반드시 정밀한 진찰을 통해 본인에게 맞는 치료법을 찾아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 매년 특정 시기나 계절마다 반복되는 통증이나 불편함이 있으신가요?
- 단순한 증상 완화를 넘어 내 몸이 아픈 근본적인 '병인'이 궁금하신가요?
-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설명과 함께 한방 치료를 받고 싶으신가요?
- 17년 한자리에서 진료한 숙련된 한의사의 세심한 진단을 원하시나요?
앞으로도 블로그를 통해 병의 원인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들을 틈틈이 나누겠습니다. 여러분의 하루에 행복이 샘솟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건강 정보입니다. 진단과 치료는 진찰 후 개인별로 결정되며, 경과에는 개인차가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어린 시절 겪으셨던 '온병'은 어떤 질환인가요?
한의학에서 온병은 계절적 요인이나 외부의 열성 사기로 인해 발생하는 열성 질환을 통칭합니다. 특히 환절기에 면역력이 약해진 상태에서 나타나기 쉬우며, 체질에 맞는 한약 처방을 통해 기력을 보강하고 면역 체계를 바로잡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공학적 관점의 한의학 진료는 일반 진료와 무엇이 다른가요?
증상을 단순히 관념적으로 파악하지 않고, 근육학적 구조나 약리학적 기전 등 현대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논리적으로 접근합니다. 왜 이 약재가 필요한지, 왜 이 자리에 침을 놓는지 원리를 명확히 하여 치료의 효율을 높이고자 노력합니다.
다사 대실역에서 17년째 진료 중이신데, 주로 어떤 환자들이 오시나요?
2009년 개원 이래 죽곡 지역 주민분들과 함께해 왔습니다. 만성적인 통증부터 원인을 알 수 없는 피로감, 계절마다 반복되는 고질병 등 다양한 고민을 가진 분들이 내원하시며, 각자의 '병인'을 분석하여 개인별 맞춤 진료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